Z3의 구조를 살펴보면 제어장치와 부동소수점 연산기 그리고 메모리가 있습니다. 이들 장치들은 폰 노이만 모델의 장치들과 거의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Z3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작하는 점, 메모리 적재와 연산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에서 노이만형 컴퓨터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만약 추제의 연구가 빨리 알려졌다면 우리는 노이만형 컴퓨터 대신 추제형 컴퓨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함께 추제의 또 다른 업적은 최초의 고급 알고리듬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것입니다. 1941~45년에 만들어진 프란칼퀼(Plankalkul language)은 For문과 유사한 반복문, Jump 명령어인 Fin 그리고 조건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언어의 특징은 프로그램 변수들간의 수학적 표현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제는 이 언어의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작성해 봅니다. 숫자를 정열하는 프로그램, 제곱근을 포함한 정수와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체스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 언어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프란칼퀼은 1970년대까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왜 최초의 컴퓨터와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추제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연구성과들이 전쟁 중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패전국의 과학자였던 것도 이유입니다. 그의 컴퓨터가 독일군을 위해 이용되었기 때문에 알려지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추제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연구를 계속합니다. 추제KG란 회사를 설립한 그는 취리히기술대학(ETH)에 Z4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 생산과 판매 사업을 합니다. 그의 회사는 1967년까지 251대의 컴퓨터를 생산하지만 금융상의 문제로 지멘스에 매각됩니다. 그림을 그리며 노년을 보내던 추제는 1992년부터 풍력발전을 위한 건물인 헬릭타워(The Helix-Tower) 설계와 건설에 매진하다 1995년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독일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Z1~3의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독일은 물론 미국, 유럽에서 진짜 원조였던 그의 연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타임즈 강진규 기자 kjk@dt.co.kr | 입력: 2008-01-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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